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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알못의 영화

알못의 영화 12. 1987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으로 대한민국 근대를 부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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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못의 영화 12. 1987



새해들어 영화 [신과 함께 : 죄와 벌]이 천만을 돌파한 가운데 조용히 관객을 끌어모으는 한국 영화 한편이 더 있습니다. (강철비 미안)


1987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서울대학교 학생 박종철 군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던 중 갑작스럽게 사망한 사건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근대를 부검합니다. 



<사건개요>


전두환 정권의 탄압과 그에 대한 저항은 1980년대 중후반에 더해가고 있었다. 경찰은 '민주화 추친 위원회 사건'과 관련 수배자 박종운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그 후배인 박종철을 불법으로 체포했다.


경찰은 박종철에게 폭행과 전기고문, 물고문 등을 가했고, 박종철은 1987년 1월 14일 치안본부 대공수사단 남영동 분실 509호 조사실에서 사망했다. 다음날 강민창 치안본부장은 박종철의 사인을 단순 쇼크사인 것처럼 발표했다.


"냉수를 몇 컵 마신 후 심문을 시작, 박종철군의 친구의 소재를 묻던 중 갑자기 '억' 소리를 지르면서 쓰러져, 중앙대 부속 병원으로 옮겼으나, 12시경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부검의의 증언과 언론보도 등으로 의혹이 제기되자 사건발생 5일만에 물고문 사실을 공식 시인했다. 수사경관 조한경과 강진규 등 2명을 구속했다.


1987년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 7주기 추모미사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김승훈 신부는 박종철 고문치사과 관련된 경찰의 은폐 조작을 폭로했다. 고문가담 경관이 2명이 아니라 5명이었다는 사실이 폭로되었다. 안기부, 법무부, 내무부, 검찰, 청와대 비서실 및 이들 기관의 기관장이 참여하는 관계기관대책회의가 은폐조작에 조직적으로 관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박종철 고문치사와 은폐 조작사건은 전두환 정권의 정당성에 큰 타격을 주었고 정권 규탄 시위를 촉발했다. 이 사건은 1987년 6월항쟁의 중요한 계기로 작용하여 민주화운동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으니 주의하세요.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화려한 휴가>, <변호인>, <남영동 1985>, <택시운전사>와 같은 영화들과 맥이 닿아있습니다. 열거한대로 이미 많은 영화들이 당시의 시대상황을 재조명하고 있지만, 특히 이 영화에서 주목할만한 부분 혹은 이 영화만의 차별성을 꼽자면 다양한 군중들의 상황과 심리를 묘사하고 있는 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국가기관의 공무원을 비롯하여 언론사 기자, 학생, 상인, 종교인 등 수많은 직군의 캐릭터가 뒤섞여 각자의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영화는 어느 한 캐릭터에만 무게를 싣지 않고 적절한 균형감으로 짧은 시간 여러 인물들을 효과적으로 묘사해냅니다.



초반은 마치 영화<변호인>처럼 박처원처장(김윤석)과 최검사(하정우)의 대립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갈 것 처럼 보이더니 잠시뒤 언론사가 등장하고 또 다시 교도관, 종교인, 학생들에게 까지 번지며 이야기의 규모가 확장됩니다. 


등장하는 캐릭터가 굉장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캐스팅과 캐릭터간 이음새가 좋아 각각의 성격을 쉽게 파악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캐릭터 중 특히 연희(김태리)의 경우 자칫 무겁게만 흐를수도 있는 분위기를 밝게 틔여줍니다. 관객과 가장 가깝게 호흡하는 연희가 주변의 변화로 인해 점점 사건의 중심으로 휩쓸리게되면서 관객들을 상황에 좀 더 쉽게 빠지게 만듭니다.



이 영화는 관찰자의 시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세심하게도 가해자들의 시선 또한 놓치지 않습니다. 격동의 시대를 겪은 가해자의 상처를 보여주며 악역의 입체감을 불어넣었죠.



고문을 행하던 가해자에서 더 높은 권력에 의해 버림받은 피해자가 되면서 상황이 사람을 어떻게 변하게 만드는지도 보여줍니다.



영화<1987>은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통해 당시 사회를 세세히 해부하며 멀쩡하던 곳에 어떻게 멍이 드는지, 환부가 어떻게 썩어들어갔는지 여실히 드러냅니다. 그때를 기억하며 앞으로는 이와 비슷한 일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아로새겨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