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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7-18 Fever Pitch

2017-2018 유로파리그 4강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VS 아스날 "로맨티스트의 쓸쓸한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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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018 유로파리그 4강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VS 아스날 

"마지막 로맨티스트의 씁쓸한 퇴장"


유로파리그 4강 2차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 아스날은 1:0으로 안타깝게 패배했다. 어렸을때 보았던 디즈니 동화나 스필버그 영화의 영향력이 성인이된 지금까지도 미치는 것일까? 마지막만큼은 예상과 다른 아름다운 결말을 만들어낼거라 내심 기대했지만 역시는 역시, 역시였다. 새삼 새로울것 없는 결과에도 이렇게 가슴이 아픈 이유는 바로 그런데서 오는 반작용 때문이리라.



아스날감독으로서 마지막 유럽대항전을 패배로 마무리한 노년 감독의 어깨가 오늘따라 더 애처로워보인다. 누구보다 아스날을 사랑했고,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팬들이기에 이제는 이별로 거리를 두려한다.


시대의 마지막 로맨티스트를 위해 그의 마지막 유럽대항전에 대한 리포트를 남긴다.



경기 종료후 언론인터뷰에서 벵거감독은 메수트 외질에게 가해진 마틴 키언의 혹평에 대해 입을 연다. 


"우리가 골을 못 넣었다고 외질이 비난받아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우리는 두 경기에서 많은 기회들이 있었습니다. 한 팀으로서 진 거에요.


경기가 끝나자 마자 나오는 그런 말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항상 극단적인 발언을 하죠. 


축구는 그보다 조금 더 복잡합니다. 좀 더 복합적이에요."


이 인터뷰에서 중심이 되는 말은 '한 팀으로서 졌다'는 표현이다. 나는 이 말에 100% 동의한다. 아스날은 아틀레티코에 대해 모든 면에서 패배했다. 이는 특정 개인의 책임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 책임에서 빠져나갈수 있는 사람이 있는것도 아니다. 이제 그 면면을 따져보아야 겠다.



1. 전술 VS 전술

시메오네는 무리뉴와 더불어 벵거를 잡는데 굉장히 유리한 수비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조직적이고 단단한 수비블록을 구축하여 아스날의 공격을 무력하게 만들었고 높게 올라온 상대 수비라인을 공격수 그리즈만과 디에고 코스타를 활용하며 파괴했다. 아스날이 자랑하던 자유도 넘치는 패스와 침투는 밀집된 공간을 헤집기에는 너무 무뎠고, 결국 아스날은 중앙에서 제대로된 찬스하나 만들지 못한채 측면으로 빠져야했다. 이 과정에서 어림없는 크로스들은 고딘에 의해 섬멸되었다.


왜 그럴수밖에 없었는가? 시작은 아마도 주도권을 내준 1차전 부터일 것이다.


이번 경기를 시작전부터 비관적으로 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지난 1차전 경기 결과가 절대적이다. 아스날은 홈에서 압도적인 공격작업을 펼쳤음에도 승리를 쟁취하지 못했다. 오히려 10명이 뛰는 아틀레티코에게 실점하며 무승부의 빌미를 제공했고, 철벽수비 홈깡패 아틀레티코를 상대로 득점이 꼭 필요한 상황을 야기했다.


이런 태생적 불리함을 타개하면서 동시에 불안한 뒷공간을 지켜야 했기에 아스날의 부담은 단순히 어웨이게임 그 이상이었다.

(현실에 만약은 없지만 1차전이 1-0 아스날 승으로 끝났다면 어땟을까? 혹은 1차전 아틀레티코 홈, 2차전 아스날 홈이였다면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상상하게 된다.)





2. 선수 VS 선수

선수 역량에 있어서도 큰차이가 났다. 시메오네의 전술에 수년간 최적화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은 현대축구의 흐름대로 정밀한 기계가 움직이듯 치밀한 조직력을 보인 반면 아스날 선수들은 벵거의 전술에 맞춰 자유도 높고 유연한 전술을 구사하기에는 기본역량이 부족해보였다. 


물론 각팀 선수 개개인의 역량을 두고 봤을때 아스날 선수들이 더 나은 부분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팀의 전술에 맞는가?', '전술에 맞는 수준에 도달했는가?'와는 별개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자신보다 높은 수준의 팀과 치르는 경기에서 수비적인 운영을 하는 것은 당연한 공식처럼 자리잡혔다. 자유도가 높고 공격적인 전술을 구사한다는 것은 그만큼 선수 개개인의 퍼포먼스가 좋아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런 점에서 아스날 선수들 한명한명의 능력은 챔스진출을 위해 아스날이 필요한 리그 승점만큼이나 부족해보인다.


설상가상으로 대거 방출을 통해 영입한 자원 두명을 부상과 규정상의 이유로 활용하지 못한 점은 더욱 답답한 일이었다.





3. 감독 VS 감독

그렇다면 아스날은 왜 공격축구를 고집하는가? 그것은 벵거의 고집과도 일맥상통한다. 너무 잘 알려진 '아름다운 5분'은 더이상 인용하기가 식상할 정도다. 눈이 즐거운 축구, 선수들의 창의적인 패스와 움직임, 골은 우리가 스포츠를 즐기는 본질을 건드린다. 하지만 이런 축구를 효과적으로 제압하기 위해 현대축구가 꺼내든 카드가 바로 조직적인 수비다.


현대축구는 수비 조직력으로 질적 열세를 극복하고 파괴력있는 공격수를 전방에 배치하면서 공격을 위해 헐거워진 상대 뒷공간을 노린다. 흔히 이야기하는 언더독들의 반란은 대게 이런 그림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선수 수준이 떨어진 현재 아스날이 승리를 위해 더없이 필요한 운영방식도 이런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스날의 선수구성은 수비보다 공격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려있으며, 지금의 선수구성으로 잠그는 운영을 하려다 실패한 경우도 허다하다. 어정쩡한 수준의 공격력과 수비력은 서로를 교착상태에 빠트렸다.


이런 딜레마는 단순히 감독의 역량 때문일까?

축구는 그보다 더 복잡하고, 복합적이라 생각한다.





4. 보드진

아스날이 이렇게 망가진것을 벵거만의 문제로 취부하는 것은 너무 쉽고 편한 선택이다. 물론 벵거감독 역시 책임질 위치에 있다. 하지만 가장 많이 언론에 노출된다고해서 필요이상의 질타를 받을 이유는 없다. 나는 이 책임을 방만하게 클럽을 운영한 보드진도 함께 짊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명 근 몇년사이 벵거체제 아래에서도 아스날은 한 두 포지션만 더 보강하면 우승에 근접 할 수 있었던 시즌이 있었다. 그때 위기의식을 느끼고, 과감한 투자와 선수보강을 강력하게 밀어붙여야 했지만 그런 주장을 하는 인물이 없었다. 오히려 시대에 뒤떨어진 '원마켓 원클래스'정책이라는 얼토당토 않는 선언으로 자위하기 바빳다. 그 결과로 아스날은 리그 우승에 실패했고, 벵거감독을 역사화 하는데 실패했다.


벵거감독은 떠나고, 그들은 남았다.


뒤늦게 미슐린타트와 라울 산레히를 데려왔지만 아스날이 가진 자원은 충분해보이지 않는다. 남은 기회비용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다면, 앞으로 얼마나 더 암흑기를 겪게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5. 팬 관계

필립 코틀러는 책<스포츠팬을 잡아라>에서 "시장환경이 복잡해짐에 따라 팬들을 확보하는 일은 생존을 위한 사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매체의 발달과 수많은 스포츠와 팀들 사이에서 팬들은 갈대처럼 흔들릴 것이며, 팀을 브랜드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담고있다.


그동안 누적된 실패로 아스날은 많은 팬들을 잃었다. 팬들은 지쳤다. 특히 이번 패배를 통해 아르센 벵거를 역사화 하는데 실패하면서 그 피해는 더욱 장기화될 조짐이다. 끌어쓸수 있는 자원이 많지 않은 아스날의 입장에서 반등을 위한 기회는 많지 않아보인다.





이번 경기는 많은 것이 달려있었다. 그 중에서도 클럽의 미래를 쥐고 흔들 가장 강력한 요소는 아무래도 스폰서 계약체결일 것이다. 아스날은 유니폼 스폰서와 소매스폰서 계약을 앞두고 있다. 이번시즌에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성공했다면 좀 더 높은 보상을 요구 할 수 있었겠지만, 이 또한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월드컵과 더불어 향후 이적시장에서 아스날이 겪에될 난관이 벌써부터 산적해있다. 그런들 어쩌겠나 아스날은 다시 새로운 역사를 준비해야 한다.